지난 12월에 시즌1 공개를 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가 3월 22일 시즌2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카지노' 시리즈는 필리핀 카지노의 한국인 거물 ‘차무식’이라는 가상의 매력적인 인물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는데요 시즌2 중반 이후로는 시즌1의 매력을 잃고 시리즈가 헤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카지노 시즌2’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아직 전체 시즌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시즌 에피소드를 보고 읽어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카지노 시즌2 5~7화 몰아보기는 아래 그림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목차
1. 대부 혹은 나르코스가 되고 싶었던 카지노?
2. 차무식과 사람들
3. 정체된 카지노 사업 그와 함께 멈춰버린 이야기
4. 그래서 결국 ‘권무십일홍’
1. 대부 혹은 나르코스가 되고 싶었던 카지노?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마피아를 소재로한 갱스터 영화의 고전입니다. ‘대부’는 전체 3편으로 돈 꼴레오네 가문의 흥망성쇠의 대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시즌1의 차무식의 과거 에피소드들은 차무식의 현재 성공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 인물 차무식의 캐릭터를 더 단단히 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동시에 차무식이 일군 ‘카지노’ 성공 서사에 깊이를 더 하려는 의도도 보입니다. 마치 ‘대부’처럼 말입니다
‘나르코스’는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마약’과 ‘도박’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소재로 왕국을 이뤄가는 모습. 카리스마 있고 입지전적인 ‘에스코바르’와 ‘차무식’의 모습, 과감한 추진력과 욕망 그로 인해 인물들이 이룬 많은 성취. 나아가 필요하면 드러나는 잔인함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카지노의 차무식은 대부의 돈 꼴레오네 혹은 마이클(알파치노), 나르코스의 에스코바르가 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카지노에서는 ‘차무식’만 빛났습니다. 시즌1 초반의 고난을 겪고 필리핀에서 자리를 잡아 가면서 차무식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그에 맞설만한 인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혼자서 계속 빛을 낼 수 없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은 다른 인물의 반응 혹은 다른 인물과의 대립을 통해 더 빛이 날 수 있습니다. 나르코스에서 ‘에스코바르’의 매력은 끈질기게 그를 추적해오는 마약 수사국 요원이 있기에 더 두드러지고 대부에서 ‘마이클’의 매력은 그를 둘러싼 상대 마피아 혹은 가족 간의 암투 속에 빛납니다.
차무식을 연기한 최민식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이 빛났지만 그마저도 시리즈 후반부에 빛이 바래 보이는 것은 ‘카지노’ 안에 그를 뒷받침할 만한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차무식과 사람들.
차무식을 둘러싼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력한 맞수의 부재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시즌1 마지막과 시즌2 초반의 ‘서태석’이 있었지만 세력이나 힘의 균형을 갖춘 맞수라기 보다는 그저 치기 어리고 성질만 나쁜 애송이일뿐이었습니다.
차무식을 추적하는 오승훈 경감이야말로 그런 맥락에서 최악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나르코스’의 마약 수사국 요원 정도의 비중과 역할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의욕은 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초짜 공무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급기야 의욕만 넘쳐서 시즌2 엔딩에서는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차무식을 향하거나 맞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도파의 조직원들이 잠시 차무식을 위기에 빠뜨리지만 그것마저 차무식은 운좋게 삼합회 꼬마의 도움을 받아 벗어납니다. 그 뒤로 차무식의 필리핀 내에서 기세가 더 올라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민석준 회장을 살인 교사한 최철구, 조 영사, 진영희도 민석준 회장은 제거할지언정, 차무식에 대해서는 겁을 먹고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합니다.
차무식 수하의 상구나 정팔도 힘대 힘으로 차무식에 맞서지 못합니다. 상구는 필립의 죽음에 대한 원한으로 차무식의 뒤를 캐지만 조심스럽고 느립니다. 차무식이 필리핀을 비운 일 년 동안 상구는 무식의 뒤를 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돌아온 뒤에야 밀린 숙제하듯 서두릅니다. 그래서는 무식의 뒤를 칠 수 없을뿐더러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정팔은 배신의 아이콘이지만 이야기에 큰 긴장을 불어 넣을 만한 즉 판을 뒤집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 속여 먹고 돈이나 챙기는 옹졸한 캐릭터입니다. 소정에 대한 감정은 정팔의 무식에 대한 ‘배신’에 약간의 정당성을 줄 뿐 진짜 정팔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나 ‘의리’가 아니라 철저히 돈입니다.
카지노는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차무식이 더 거물이 됩니다. 그렇게 차무식에게 감히 맞설 수 없게 될수록, 모두가 차무식을 보면서 뭘 해보고 싶지만 동시에 차무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이야기는 힘을 잃고 때론 어이 없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양상수’의 등장과 퇴장입니다. 조폭 양상수는 전회 마지막에 뭔가 강력할 것처럼 등장했다가 다음 회 초반에 바로 꼬리를 내립니다그렇게 ‘카지노’는 ‘차무식’이란 늪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매력을 잃습니다.
3. 정체된 카지노 사업 멈춰버린 이야기
‘나르코스’에서 마약 사업을 하는 에스코바르는 시시때때로 사업이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때마다 다른 판로를 뚫거나 새로운 세력과 협력하거나 전쟁을 벌이거나 돌파구를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더 힘을 얻고 흥미로워집니다.
카지노의 차무식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정킷방 매니저에서 카지노 관리인으로 마침내 볼튼 호텔 카지노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야기도 힘있게 뻗어 나갔고 매력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무식이 볼튼에 정착한 후 전진과 확장은 눈에 띄게 멈췄습니다. 물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이야기에 활력을 넣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고 회장이 큰 돈을 따고 소정이 필립과 짜고 고 회장의 돈을 갖고 튄 일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였습니다. 소정과 필립을 제거하고 거액을 차지한 무식은 아마도 현실에 안주한 듯합니다. 더 이상 뻗어나갈 것 없는 무식은 이따금 주제를 모르고 덤비는 서태석이나 돈 안 갚고 튀는 양아치를 상대할 뿐입니다. 조 영사나 최철구와의 다툼도 확장을 위한 다툼이 아니라 자리를 지키기 위한 다툼이었습니다.
차무식이 볼튼 카지노라는 성에 들어 앉아 자리 지키기에만 여념이 없을 때 이야기도 서서히 힘을 잃어갑니다. 단조롭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시즌2 중반부에 카지노가 ‘시트콤’이 되었다는 평이 나온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4. 결국 권무십일홍
시즌1 1화에 정팔이가 무식에게 말한 ‘권무십일홍’(정확한 표현은 화무십일홍)은 결과적으로 카지노의 가장 강력한 복선이자 스포일러였습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차무식도 끝내 자신을 향한 정팔의 총구 앞에서 떨어지고 맙니다.
비극적 결말은 인물들의 복수심, 체면 그리고 방어 본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상구는 필립의 복수를 위해 무식을 승훈에게 넘깁니다. 빅보스 다니엘은 조카 라울의 복수를 위해 무식을 죽이려 합니다. 무식은 (겉으로는 민 회장의 복수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을 노리는 ‘라울’의 행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차무식’의 체면, 방어 본능 그리고 순간적인 분노로 라울을 불태워 죽입니다.
빅보스의 추격을 피해 도망다니는 무식의 은신처로 인물들이 각자의 총을 숨기고 하나 둘씩 모입니다. 무식과 상구, 정팔이 주고 받는 술잔은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합니다. 이어 울리는 총성들 서로 주고 받는 총알 속에 하나 둘씩 쓰러집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정팔과 무식. 이제 차를 타고 은신처를 벗어나기만 하면 어찌되었건 살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마지막으로 울리는 몇 발의 총성. 꽃이 지듯 차에 오르던 차무식이 바닥에 털썩 쓰러집니다. 15년 동안 필리핀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던 한 남자의 최후.
영원한 꽃이 없듯 영원한 권력도 없습니다.
결국 '권무십일홍' 아니 ‘화무십일홍’입니다
차무식의 쓸쓸한 죽음으로 ‘카지노’도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동력을 잃고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누군가는 마지막에 미국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거물로 등장한 ‘정팔’을 보고 시즌3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글쎄요, 정팔의 캐릭터가 차무식만큼 이야기를 끌고 나갈 힘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상 카지노 시즌2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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