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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서

[이거 볼까?] 연상호 감독의 SF 신작, 정이(JUNG_E)

by GimReport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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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 감독 : 연상호

출연 :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스트리밍 : 넷플릭스(1월 20일 공개)

상영 시간 : 98분 

상영 등급 : 12세 관람가 

 

 

22세기 황폐화된 지구, 내전 중인 우주 

 

22세기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자원 고갈로 더 이상 살기 힘든 곳이 됩니다 인류는 지구와 달의 궤도면 사이 쉘터를 만드는데 성공, 80여 개 쉘터에 지구인들을 이주시킵니다. 그렇게 쉘터 정착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일부 쉘터가 반란을 일으켜 ‘아드리안 자치국’을 선포하고 다른 쉘터를 공격 우주에서 내전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몇 십 년간 연합국과 아드리안 사이의 전쟁은 지속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전쟁 소모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정이’는 22세기 황폐화된 지구, 그리고 내전 중인 우주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의 시작, 연합국 최고의 용병 윤정이(김현주)가 전투 현장에서 정신을 잃고 있다 서서히 깨어납니다.  적들에게 둘러 싸인 불리한 상황, 그러나 정이는 뛰어난 전투력으로 적 로봇(AI)들을 헤치고 다니면서 그 곳을 벗어나려합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생각할 때쯤 아드리안의 새로운 병기 짐보(4족 보행하는 전투 로봇)이 나타납니다. 위협적인 적 로봇의 공격으로 다시 밀리는 정이, 그러나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정이는 아군과의 통신으로 적 로봇의 약점을 알아내고 약점을 공격할 기회를 잡습니다. 이제 정이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모두 숨죽인 그때, 정이가 뭔가를 보고 방아쇠 당기는 타이밍을 놓치고 그 순간 정이 위치가 드러나 적의 집중 사격을 받고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작전 실패. 영화 시작 5분여 만에 주인공이 죽다니라고 생각하는 찰나, 전투 현장이 밝아지면서 사람들이 들어와 정이를 체크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실제 전투현장이 아닌 상황을 재구성한 실험실입니다. 크로노이드라는 군수 기업에서 최강 용병 윤정이의 뇌를 활용하여 전투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방금까지 전투 현장에서 활약했던 정이는 사람이 아닌 테스트용 AI였습니다. 

 

이 연구소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전투 로봇 ‘정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번 실제 윤정이의 마지막 전투를 재연한 실험에서 탈출에 실패하고 상용화 기준을 넘지 못합니다. 

정이는 전투 AI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합니다.

 

연구소장 상현(류경수)는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회장님의 숙원 사업이기 때문입이다. 그래서 군 고위 관계자들 대상으로 ‘정이(JUNG_E)’ 프로젝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자리 무척이나 신경씁니다. 여러 화려한 수식과 영상으로 그들의 관심을 끌려하지만 정이 성능에 대한 그들의 의문에 확실한 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팀장 윤서현(강수연)도 시원한 답을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소가 오랜 시간 ‘정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던 사이 연합국과 아드리안 자치국 사이도 대립을 넘어 휴전 등 평화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군이나 크로노이드의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집니다. 

 

정이, 실험실에서 나올 수 있을까

 

프로젝트 팀장 윤서현은 실험 대상 윤정이의 딸입니다. 정이가 한때 연합국 최고의 용병으로 활약했던 것도 모두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구에서 사는 사람이 그 시절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서현이 수술받는 날, 정이는 수술이 끝나면 반드시 옆에 있을게라는 약속을하고 전투에 나섰고 그것이 정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된 정이의 뇌는 크로노이드 직원들의 설득과 서현 할머니의 동의로 복제 대상이 되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어린 아이가 중년의 여성이 될 때까지 전쟁은 지속되었고 전투 AI 개발은 결실을 얻지 못했던 것입니다. 

 

영화는 전투 시퀀스로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그 뒤로는 주로 실험실에서만 진행됩니다. 실험실에서 그들은 AI 개발에 대해 22세기 인간 윤리에 대해, 빈부 격차에 대해 언급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기 보다는 늘어 놓는 것에 가깝습니다. 반복되는 실험이 실패할 때마다 폐기하고 새롭게 제작되는 정이. 그런데 각각의 실험에서 무엇을 수정하고 어떤 것을 새롭게 시도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 중반 이후 이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그제야  우연히 발견된 원인불상의 뇌자극으로 인해 올라간 전투의지를 ‘발견’하고 그 자극이 나타난 뇌의 위치나 원인을 찾는 것 정도가 실험의 주요 목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영화 속 ‘정이’ 프로젝트 만큼이나 지지부진합니다. 전투 로봇 ‘정이’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난 수십 년 간 실제 전투를 치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상황에서 실패하고 있는 ‘정이’에 대해 많은 연구원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도 많은 것이 생략된 채 힘있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인물들의 대화는 겉돕니다. 이야기에는 중요한 '무엇'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정이’는 실험실을 나설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유머? 

 

연구소장 상현은 유난히 유머를 좋아합니다만 성공 확률은 낮습니다. 상현이 유머를 던지고 분위기가 냉랭해지면 상현은 입버릇처럼 

 

‘유머야 유머’

 

를 외칩니다. 

 

어쩌면 이 영화 ‘정이’는 SF의 옷을 입은 거대한 유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투장면으로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더 대단한 액션과 전투를 기대하게 하지만 실험실을 겉도는 영화의 스펙타클 ‘유머’입니다. 

 

엄마의 뇌를 복제하는 중년의 딸, 과학자의 입장과 딸의 입장에서 고뇌나 AI와 인간 사이의 철학적 메시지 같은 것이 다뤄질 법도 한데 스치듯 안녕입니다. 그런거 별로 없습니다. 이것 역시 ‘유머’입니다. 

 

‘유머’가 적절하면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유머’는 영화 속 상현의 ‘유머’처럼 겉돌고 어긋난듯 보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작품은 '강수연' 배우님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일단 멈춤

 

 정이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입니다.  감독은 ‘연니버스(연상호)’라고 불릴 정도로   부산행, 반도, 방법, 지옥 등 나름의 작품성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세계관을 그려왔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정이’도 대중의 기대 속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이후에도 한국에서 영화 스트리밍 순위 1위를 상당기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중들의 반응이 모두 호응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이가 공개된 후 IMdb에서  평점 5.4 (10점 만점)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평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트리밍 순위 등을 근거로 SF 매니아가 아닌 관객이나 SF 장르의 기대치가 낮은 관객들에게는 무난한 영화라는 비교적 긍정적 평가도 있습니다. 

 

‘연니버스’를 구축해 나가던 ‘연상호’ 감독. ‘정이’는 어쨌거나 감독의 세계관의 확장에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연니버스가 우주까지 가는 것은 아무래도 일단 멈춤입니다. 

 

지금까지 뭔가 아쉬운 영화 ‘정이’였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지난해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강수연’ 배우님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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